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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 새 코스-시인이고 싶어라, 푸른 사슴 거닐던 금광호 호반에서 안성 일주안성 일주

시인이고 싶어라, 푸른 사슴 거닐던 금광호 호반에서
안성 일주

 

그곳에 가면 뭐든지 잘 맞을 것만 같다. ‘안성맞춤’의 고장 안성(安城)을 돌아본다. 시내를 흐르는 안성천과 조령천에는 자전거길이 잘 나 있고 주요도로에도 보행자겸용자전거길이 산뜻하다. 경관에서는 이곳 출신 박두진을 기념한 금광호수의 ‘박두진 문학길’이 으뜸이고, 광대한  안성맞춤랜드에서는 차분히 쉬기 좋다. 시내 중심가에는 안성의 내력을 말해주는 비림(碑林)과 함께 100년 맛집이 기다린다 

 

코스  

안성대교(둔치)→안성천 자전거길→조령천 자전거길→금광농협→마둔호수→쑥고개→수석정→박두진 문학길→혜산정→청록뜰→금광우체국→종합운동장→안성맞춤랜드→안성종합버스터미널→안성천 자전거길→봉산로터리→남파로→농심안성공장→안성맞춤박물관→중앙대 후문→안성천 자전거길→안성대교.  41km, 4시간 소요.

충청도 접경에 있는 안성은 ‘수도권’이란 수식어가  어색하다. 일단 서울에서 다소 거리가 있고 서울에서 남행하는 주요 교통망도 안성을 피해간다. 수도권이 상징하는 대도시, 번잡한 교통, 수많은 인파를 볼 수 없는 인구 18만의 작은 전원도시가 안성이다. 그래도 안성의 존재감은 한국적 사자성어  ‘안성맞춤’ 하나로 전국적이다.
수없이 스쳐 지나며 차창 밖으로만 본 안성행은 공간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으로도 어딘가 먼 지방으로 가는 느낌이다. 


편안할 안(安)  
안성에 들어서면 들이 넓고 산은 낮아서 푸근하고 넉넉한 기분이 든다. 고구려 때는 내혜홀(奈兮忽)이었다는데 지역이 낮은 ‘낮골’이라는 뜻이다. 실제도 안성시내는 해발 30~40m의 저지대이고 안성 토박이말로 ‘낮골’이라 부른다. 신라 때 백성(白城)을 거쳐 940년 고려조에 들어 지금의 안성이 되었다. 지대가 낮다는 것은 들이 많다는 것이고 이는 수확량과도 직결되니 굶주릴 걱정 없는 고장, 그래서 편안할 안(安)이 되지 않았을까.
조선시대만 해도 안성은 영호남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여서 안성장은 대구, 전주와 더불어 3대 장으로 융성했지만 근대 이후 철도와 국도, 고속도로 등 주요교통망이 서쪽의 평택을 지나면서 발전이 더뎌졌다. 덕분에 아늑한 전원도시 분위기를 간직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평택제천고속도로가 지나고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서로 연결되어 사통팔달이 되었다.
평택제천고속도로 남안성IC에서 나와 시내로 진입하면 먼저 안성산업단지를 거쳐야 한다.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해 많은 공장이 입주해 있다. ‘안성’ 하면 전통적인 유기를 비롯해 쌀, 포도, 낙농 등 농업이 주류였지만 이제는 산업적으로도 크게 다원화되었다. 안성맞춤과 함께 안성을 널리 알린 ‘안성탕면’도 1982년 농심 안성공장 준공기념으로 이듬해 출시된 히트작이다.    

   

 

안성천 둔치에서 출발  
시내 남쪽을 동서로 흐르는 안성천은 둔치가 말끔히 단장되어 자전거도로와 공원이 조성되었다. 안성대교 옆 주차장에서 일정을 시작한다. 여기서 출발해 동부 일원과 시내를 돌아보는 일주 코스다.
강을 건너 상류인 동쪽으로 700m 정도 가면 남동쪽에서 흘러온 조령천이 합류한다. 조령천 자전거길 초입에는 징검다리에 자전거 레일을 설치해 놓았는데 전철역에서는 봤어도 징검다리 레일은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다. 이 정도로 섬세하게 자전거를 배려하다니… 대우 받는 것 같아 마음이 느껍다. 
자전거도로는 개산초교쯤에서 끝나고 325번 지방도를 따라 평택제천고속도로 아래를 지나면 마둔호수에 이른다. 1975년 둑을 쌓아 조성했고 2014년 둑을 높여 저수량을 크게 늘였다. 호반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있어 조용히 걸어보면 좋겠다.
제방 옆의 고개를 넘어 평택제천고속도로를 따라 좌회전하면 높이 145m의 쑥고개를 넘어간다. 안성이 저지대여서 이 정도 높이로도 ‘깔딱고개’ 급이다. 일행 중 e바이크를 탄 필자와 자전거 여행가 차백성 씨는 가뿐히 타고 넘었지만 직접 제작한 크롬몰리 프레임의 ‘바다미’를 탄 김태진 전 코렉스 대표는 ‘끌바’를 자처한다. 고갯마루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아직은 힘이 있어 전기자전거로 바꿀 생각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일부러 힘들게 하려고 이런 고개를 넘는 것 아니냐?”고 딴청이다. 차백성 씨는 “내가 전기자전거를 3년 전부터 탔으니 나이를 볼 때 뽈락(김태진 대표의 별명)도 3년 후에는 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전기자전거, 특히 eMTB 홍보대사를 자임하는 필자로서는 가까운 분들조차 힘든 포교(?)에 대략 난감.            


금광호수 박두진 문학길 
쑥고개를 넘어가면 한운리 일원의 산간마을이다. 다시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북향하면 이번에는 금광호수가 반겨준다. 안성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호수다. 여기 호반에 청록파 시인 박두진(1916~1998) 문학길이 조성되어 있다. 그의 고향이 안성이고 산소도 시내 북쪽 비봉산 자락에 있다. 금광호수 호반에 그의 집필실이 있었다고 한다.
박두진 문학길은 안성연수원 입구 수석정에서 수변데크로드가 시작되어 서편의 혜산정과 청록뜰로 이어진다. 데크로드는 폭이 좁아 교행이 어렵고 보행자 보호를 위해 자전거에서 내려 끄는 것이 좋다. 900m 남짓한 데크로드는 이번 안성행에서 단연 백미다. 웃자란 나뭇가지는 길을 넘어 호반을 뒤덮고 아무런 시설이 없는 공허가 시인과의 공감을 이끌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호수 안으로 돌출한 반도 끝에 있는 혜산정은 양평 두물머리와 분위기가 흡사하다. 혜산정에서 청록뜰까지 호반을 돌아나가는 산길은 라이딩으로 지나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경관이 조밀하고 아름답다.
금광호수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안성맞춤랜드를 향해 북향한다. 도중에 종합운동장과 안성객사를 거쳐 전원주택지 개발이 한창인 내방리를 지나면 널찍한 골짜기를 가득 매운 안성맞춤랜드다.    


온통 안성맞춤 
안성맞춤랜드는 2012년 개장한 시민공원으로 부지가 약 34만㎡, 10만평이 넘는다. 다양한 시설이 모여 있는데 안성이 본고장인 남사당공연장, 천문과학관, 박두진문학관, 공예문화센터, 잔디광장 등이 포진하고 있다. 마침 월요일 늦은 시간이라 공원은 텅 비어 더 넓어 보이고 휑하다. 북적이던 축제가 끝난 뒷자리는 언제나 더 허전한 법, 그렇게 다음 제전을 기다리며 오늘의 권태를 버틴다. 
다시 시내로 방향을 잡아 안성종합버스터미널을 돌아 안성천 자전거길로 나선다. 시청앞에서 시작되는 남파로는 시내 외곽을 도는데 길가에 자전거도로가 나있다. 시청앞 봉산로터리에서 남파로를 따라 1km 가면 오른쪽에 안성향교가 고목과 함께 시대의 지평을 넘나든다. 향교는 조선시대 공교육기관으로 안성향교는 1481년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어 역사가 오래다. 보통 향교 입구에 흔한 외삼문을 대신해 2층 누각 형태의 풍화루(風化樓)가 위용을 발하는 모습이 특이하다. 정면 11칸이나 되는 길고 큰 건물로 옛날 안성의 위상을 말해준다.
남파로 서쪽끝에는 안성제1공단이 있으며 초입에 농심 안성공장이 거대하다. 라면 없이 살 수 없는 한국인을 만든 것을 넘어 수출까지 하고 있으니 안성의 세계화에도 일조하는 특별한 공장이다.
중앙대 안성캠퍼스 내에 있는 안성맞춤박물관은 하필 월요일이라 문을 닫았다. 주문한 이상의 품질을 보여줘 마음에 꼭 들게 한다는 안성유기에서 유래한 ‘안성맞춤’의 실물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대학교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다. 아름답고 연기력도 뛰어났던 80년대의 한 여배우는 통학길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조용히 은막에서 사라져갔다. 이후 이 학교에 출강한 배우 유인촌이 사재를 털고 기금을 모아 연극영화과를 서울 대학로로 옮겨갔다.
다시 안성천 자전거길로 접어들어 출발지로 돌아간다. 아직도 겨울인 2월 초인데 평야지대의 해가 유난히 길다. 

 

 

Tip
안성대교 옆 둔치에 무료주차장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안성종합버스터미널이 안성천을 끼고 있어 자전거도로 진입이 편하다. 시내 일부와 외곽 도로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없으므로 통행에 주의가 필요하다.
* 추천맛집 : 100년 전통의 안일옥(중앙로411번길 20, 031-675-2486)은 푹 고아낸 곰탕과 설렁탕이 유명하다. 설렁탕과 곰탕 각 9000원.

 


김병훈 발행인  soolme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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